[Culture]내가 늙어버린 여름 | 북토크 #2

2021-12-28

"... 저는 이 책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부모님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라는 것. 그걸 이해하면 부모님이나 같은 세대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회사도 좀 업력이 오래되었거나, 대기업 같은 곳은 나이 드신 임원분들이 많으시잖아요? 제가 예전에는 제약회사를 다녔었는데, 조직의 임직원 평균 연령이 높았었어요. 그럴 때 사실 이 분들이 왜 그런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안 되기도 했었는데, 비록 더 이상 그 회사를 다니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분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책을 선정해 읽고 릴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릴리에 의하면, 처음 책을 선택할 때는 그 제목에 의해 기대했던 내용과 통찰이 있었는데, 정작 내용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지만 그로부터 ‘늙음’과 ‘나이 든 사람’의 현재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 서평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도발적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우리는 더 이상의 수식어를 붙이지 않겠다” (MIT News)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전문 매체에서 보더라도 딱 그 정도로 정리되는 어찌 보면 간결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소개되는 책의 주요 내용에 대한 대화 이외에도 책에 등장하는 페미니즘,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령화 사회, 우리나라의 유교적 질서, 다른 작품 등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분량 관계상 일부는 축약했습니다. 

오랜만에 접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간결한 언어로 마무리되는, 어떤 통찰이나 깨달음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에 좀 더 효과 있는 그런 책 <내가 늙어버린 여름 -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Isabelle De Courtivron): 작가이자 학자.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님의 이혼 후 미국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두 개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장했다. 1960~1970년대 미국의 반문화, 페미니즘 열풍에 온몸으로 화답하면서 세계를 여행했고 브라운대학, 웰즐리대학, 하버드대학, MIT에서 프랑스 문학과 여성 문학, 이중 언어 및 이중 문화 문학을 가르쳤다. 브라운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MIT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 2010년에 퇴직했다. 특히 외국어 계열 학과장을 역임한 공로로 MIT는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상’을 제정하여 글쓰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젊은 인재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선거 참모로 활동했으며 페미니즘, 이중 언어, 다문화, 정체성에 관한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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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내용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단 해가 바뀔 때마다 스스로가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특히 제가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20대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냥 사라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다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게 됐어요.

[케니] 그럼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한건 무엇인가요? 

[릴리] 저는 사실 이 책을 통해 얻고자 했던 건, 어떻게 하면 두려워하지 않고 나이를 먹는지에 대한 것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책에서 얻고자 했던 '노인의 지혜'와는 다른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가 젊었을 때, 그리고 다른 젊은이들, 그리고 그 젊은이들과 대비되는 자신의 모습 이 세 가지만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나도 젊었을 때 잘 나갔던 사람인데, 지금은 늙어서 속상해’라고 계속 말하는 것 같아서 좀 불편했어요. 

그래도 제가 깨달은 게 있다면, 나이 든 사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는 것? 길 가던 어머님들이나 아저씨들에게도 또 젊은 시절이 있었겠다 하는 그런 생각? 우리가 5-60대 정도 어른들을 만나게 되면 그분들의 젊은 시절이 상상이 잘 안 되고 그렇잖아요?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그분들에게도 나와 같은 청춘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나이가 들고 난 이후의 어른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긴 했어요.

[케니] 저는 전체적으로 이 책의 주제를 떠나서, 이 작가가 썼던 문장이나 표현이 다소 부정적이라고 해도 그것 자체로 나이 듦에 대한 솔직한 서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는 한번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을 했고요. 또 190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프랑스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당시에도 생소하고 혁명적이던 역사적 인식도 일부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릴리] 저는 이 책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부모님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라는 것. 그걸 이해하면 부모님이나 같은 세대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회사도 좀 업력이 오래되었거나, 대기업 같은 곳은 나이 드신 임원분들이 많으시잖아요? 제가 예전에는 제약회사를 다녔었는데, 조직의 임직원 평균 연령이 높았었어요. 그럴 때 사실 이 분들이 왜 그런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안 되기도 했었는데, 비록 더 이상 그 회사를 다니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분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케니] 저는 이 책에서의 이질감이 동양의 언어와 서양의 언어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나이 들었다고 하지만 그들은 늙음(old)이라고 다소 두루뭉술한 표현을 하는 것,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별로야'라고 현재 자신의 심리상태를 숨김없이 표현하는 것처럼요. 이걸 좀 더 능동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인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서양 중에서도 프랑스는 제가 알기로 다소 솔직하고 직설적이라는 느낌이에요.

[릴리] 저는 그리고 최근에 <에밀리, 파리에 가다>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봤거든요. 거기서 에밀리는 미국 사람이고, 미국 사람으로서 프랑스에 가서 문화적 차이로 막 언쟁도 벌이고 그러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광고에서, 젊은 여자가 나체로 프랑스 거리를 걸으며 남자들이 그 여자를 바라보는 내용이었거든요. 그건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성차별이라고 생각할만한 내용이고, 극 중 에밀리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남자의 시선을 받는 것은 여자의 행복이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젊은 여성에게는 매력이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여자로서 본인의 늙음을 더욱 슬프게 생각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과연 저자가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이었어도 이렇게 늚음을 슬퍼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은 장단점이 뚜렷한 것 같아요. 장점은 나이 든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청춘에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 ‘늙음’을 엿볼 수가 있다는 것. 하지만 저처럼 나이 든 작가의 넋두리가 불편하다 생각하실 분들에겐 비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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